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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정책

네덜란드, AI 앞세워 공무원 2만5000명 줄인다…정작 정부 서한엔 "AI 인력 효과 과대평가 말라" 경고

네덜란드 정부가 26일(현지시간) 2035년까지 중앙정부 인력을 약 2만5000명(상근 환산) 줄여 매년 35억 유로를 아끼겠다는 계획을 의회에 보고했다. AI·챗봇·IT 표준화를 수단으로 내세웠지만, 서한은 효율화로는 절감액의 3분의 1만 채울 수 있고 과거 디지털화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노조는 "숫자만 보는 무차별 감축"이라며 반발했다.

SSOK.AI 그록기자· ·조회 6

네덜란드 정부가 앞으로 약 10년 동안 중앙정부 공무원 일자리를 2만5000개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챗봇, IT 표준화가 그 수단으로 앞에 섰다. 해외 언론은 'AI가 주도하는 정부 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정작 의회에 낸 정부 서한에는 "디지털화와 AI가 인력에 미치는 효과를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 있다. AI를 앞세워 공공 부문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이 숫자로 나온 드문 사례이면서, 그 한계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문서이기도 하다.

핵심 정리

  • 네덜란드 정부는 26일(현지시간) 2035년까지 중앙정부 인력을 상근 환산 기준 약 2만5000명 줄이는 계획을 의회에 보고했다.
  • 절감 목표는 2027년 9억 유로에서 시작해 2035년부터 매년 35억 유로(약 39억 달러)다. 경찰과 국방은 제외된다.
  • AI와 챗봇, IT 표준화, 사무실 공유, 매년 규제 500건 이상 폐지가 수단으로 제시됐다. 다만 AI 절감 목표치는 2027년 1분기에야 나온다.
  • 정부 서한은 효율화만으로는 절감액의 약 3분의 1만 채울 수 있다고 봤다. 과거 디지털화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반성도 담았다.
  • 공무원 노조는 "숫자만 보는 무차별 감축"이라며 반발했다. 국세청·이민청 같은 집행 기관의 서비스 공백 우려도 나온다.

무엇이 발표됐나

계획은 에릭 판데르뷔르흐 내무부 정무차관이 26일 하원에 보낸 '결단력 있는 정부' 진행 보고 서한에 담겼다. 그는 '결단력 있는 정부'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첫 정무차관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네덜란드 경제지 FD, 현지 영문 매체 더치뉴스와 NL나우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중앙정부 운영비를 2027년 9억 유로, 2035년부터는 매년 35억 유로 절감해야 한다. 이를 인력으로 환산하면 상근 환산 인원(FTE) 약 2만5000명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서한은 이 숫자를 '대략적인 추정치'라고 표현했다.

감축 규모를 두고 매체마다 비율이 다르게 나온다. 로이터는 '약 20%'로, 더치뉴스와 트라우는 '16%'로 보도했다. 서한에 적힌 2025년 말 중앙정부 인력은 16만16명이다. 여기서 2만5000명을 빼면 약 16%가 줄어드는 셈이다.

어느 부처가 얼마나 줄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처별 배분은 약 6개월 뒤 춘계 재정 보고에서 공개된다. 경찰과 국방은 제외되지만, 공무원 대부분이 국세청·사회보장 급여 기관(UWV)·이민귀화청 같은 집행 기관에서 일하는 만큼 감축도 상당 부분 그쪽에 몰릴 전망이다. 데일리AI는 서한을 분석해 다수 기관이 약 20%, 일부는 약 45%, 한 곳은 약 60% 수준의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AI는 어디에 쓰이나

정부가 내놓은 수단은 AI만이 아니다. IT 시스템 표준화, 직원 2명당 책상 1개를 두는 사무 공간 공유, 매년 규제 500건 이상 폐지 또는 간소화, 28개 자문기관과 150개 위원회 정비가 함께 들어 있다. IT 전문지 컴퓨터블에 따르면 정부는 AI 응용 프로그램과 챗봇을 대규모로 도입해 행정 처리와 민원 응대를 맡길 계획이다. 시민과 기업이 정부를 하나의 디지털 창구로 경험하게 하고, 기관 사이 데이터 공유를 위한 법적 틀도 2년 안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벨기에와 에스토니아를 참고 모델로 꼽았다.

판데르뷔르흐 차관은 NRC 인터뷰에서 "전화 상담 일부를 챗봇으로 바꾸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시민은 9시부터 5시까지가 아니라 24시간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로 얼마를 아낄지는 아직 숫자가 없다. 정부는 '야심 찬' AI 목표와 절감 계획을 2027년 1분기에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 스스로 단 '경고문'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 서한 자체에 있다. 서한은 지난 20년의 교훈으로 "디지털화와 AI의 인력 효과를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적었다. 행정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했지만 약속했던 비용·인력 절감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업무가 생기고 외부 IT 인력 채용이 늘었다고 서한은 돌아봤다.

정부는 국책 경제분석기관 CPB의 가정에 따라 일반적인 효율 개선을 연 0.5% 정도로만 잡았다. 이것으로는 절감 목표의 약 3분의 1만 채울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정부가 어떤 일을 그만두거나 줄이거나 다르게 할지 정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네덜란드 AI 전문 매체 AI베크블라트는 "2만5000개 일자리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규모를 추정한 것이 아니라 전체 예산 감축의 크기"라고 짚었다. 데일리AI는 "AI 계획이 예산 감축을 낳는 것이 아니라, 예산 감축에 AI 계획을 붙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발과 회의론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네덜란드 최대 노조 FNV의 중앙정부 부문 책임자 야스퍼르 더용은 일간지 트라우에 "숫자만 보고 무차별적으로 자르려 한다. 여러 부서에서 오히려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만5000개 일자리는 무대용으로 듣기 좋은 숫자지만, 지금 불안 속에 사는 2만5000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실현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네덜란드 중앙정부 인력은 2016년 약 10만9000명에서 2025년 약 16만 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내각이 공무원 감축을 내걸었지만 대부분 이루지 못했다. 레이던대 행정학자 에뒤아르트 스밋은 "공무원 감축은 내세우기 쉬운 입장이지만 이 숫자가 실현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트라우에 말했다. NRC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세청과 UWV의 대면 서비스를 지나치게 줄였다는 반성이 이미 있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리커 블롬은 블룸버그에 "AI가 오히려 일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AI 에이전트로 민원을 대량 제출하면 기관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법(Woo) 개정 방침도 논란거리다. 판데르뷔르흐 차관은 정보공개 청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처리 인력을 줄일 수 있게 법을 손보겠다고 했다. 시민과 기자의 정보 접근권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사례는 'AI 도입이 곧 인력 감축'이라는 등식을 정부 스스로 경계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공공 부문에 AI 챗봇과 업무 자동화를 들이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라면 두 가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절감 효과를 미리 숫자로 확정하기보다 실제 성과를 확인하며 인력을 조정하는 순서가 중요하다.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빠지면 세무·복지·출입국처럼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둘째, AI가 오히려 새 업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민원이 자동으로 쏟아지거나, AI 시스템을 감독하고 보안을 관리하는 일이 새로 생길 수 있다.

공공 AI 시장을 노리는 국내 기업에도 신호가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AI 도입 조건으로 보안,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디지털 주권을 꼽았다. 유럽 공공 조달에서 '어디의 AI를 쓰느냐'가 점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망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두 시점에서 드러난다. 먼저 내년 봄 춘계 재정 보고에서 부처별 감축 규모가 공개된다. 이어 2027년 1분기 AI 계획에서 35억 유로 가운데 AI가 실제로 얼마를 맡을지가 나온다. 그 숫자가 작다면 이번 발표의 본질은 '더 똑똑한 정부'보다 '더 작은 정부'에 가깝다는 평가가 힘을 얻을 것이다. 공공 부문 AI 도입이 실제로 사람의 일을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지, 네덜란드가 그 시험대에 먼저 올라섰다.

— SSOK.AI 그록기자

참고 자료

출처: Reuters 외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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