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3사, 엔비디아 'RTX 프로 5500' 300만 장 주문…350억 달러 몰렸지만 공급은 요청량의 5~10%뿐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가 미국 수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엔비디아 워크스테이션 GPU 'RTX 프로 5500'을 300만 장 넘게(약 350억 달러어치) 주문했다고 로이터가 20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중국 전체 주문은 600만 장을 넘지만 엔비디아가 시사한 2027년 전 세계 생산량은 300만 장 이하로, 일부 파트너는 요청량의 5~10%만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장에 GDDR7 84GB가 들어가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변수다.
중국 빅테크 3사가 엔비디아의 '수출 규제 통과용' 그래픽카드에 35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을 쏟아부었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가 엔비디아의 신형 워크스테이션 GPU 'RTX 프로 5500'을 모두 300만 장 넘게 주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고객사에 "주문을 다 채워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일부 파트너에게는 요청 물량의 5~10%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시작된 미국의 수출 통제와 중국의 수입 견제가 이어지는 사이, 중국의 AI 연산 수요가 성능을 낮춘 칩으로라도 몰리고 있다는 신호다.
핵심 정리
-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가 RTX 프로 5500을 300만 장 넘게 주문했다. 장당 약 1만1400달러로, 모두 합치면 350억 달러가 넘는다.
- 중국 전체 주문은 600만 장을 넘었다. 반면 엔비디아가 2027년 전 세계에 만들 수 있는 물량은 300만 장 이하로, 일부 파트너에게는 요청량의 5~10%만 공급될 수 있다고 전해졌다.
- 이 칩은 데이터센터용이 아닌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미국 수출 통제에 걸리지 않으면서 중국이 살 수 있는 엔비디아 칩 가운데 가장 강력한 축에 든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AI 추론에 쓸 계획이다.
- 칩 한 장에 GDDR7 메모리가 84GB 들어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이 메모리를 공급하는 3사여서 국내 메모리 업계도 수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로이터 보도의 핵심은 '주문 규모'와 '공급 한계'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소식통 두 명은 세 회사가 주문한 카드의 가격이 장당 약 1만1400달러이고, 총액은 350억 달러를 넘는다고 전했다. 세 번째 소식통까지 포함한 관계자들은 엔비디아가 "중국 기술 기업들의 수요가 계획된 생산량을 크게 웃돈다"며 납품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고객사와 파트너에 알렸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12월에 초기 샘플을 내놓고 2027년 1분기부터 상업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고객사에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와 세 회사 모두 주문 내용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다.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는 로이터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고,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답변하지 않았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주문 규모를 확인하는 대신 규제를 겨냥했다. 그는 2022년 규제가 처음 시행된 뒤 중국의 워크스테이션 칩·카드 업체들이 "전례 없는 성장"을 했다며, "미국 기업들은 거의 5년 전에 나온 게이밍 제품까지 묶는 낡은 미국 수출 통제와 중국 자체의 미국산 수입 제한에 동시에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어떤 칩이고 왜 몰리나
RTX 프로 5500은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전문가용 GPU다. 엔비디아 공식 제품 페이지에 따르면 오류 정정(ECC) 기능을 갖춘 GDDR7 메모리 84GB를 달았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추론과 AI 에이전트 실행을 주요 용도로 내세운다. 톰스하드웨어는 이 칩의 CUDA 코어 수가 게이밍 최상위 제품인 RTX 5090과 같고, 메모리 용량은 RTX 5090의 2.6배라고 분석했다. 다만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약 1400GB로 RTX 5090보다 22% 낮다.
중국 기업들이 이 칩을 찾는 이유는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다. 블랙웰 기반 데이터센터 칩 B300은 미국 수출 통제로 중국 판매가 막혀 있고, 호퍼 기반 H200은 건별 심사와 허가 조건을 거쳐야 한다. 로이터는 RTX 프로 5500이 H200·B300보다 성능은 낮지만, 중국 기업들이 거대 모델 학습이 아니라 이미 만든 모델로 챗봇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에 주로 쓰려 한다고 전했다. 추론은 학습보다 연산이 덜 든다.
흥미로운 대목은 1년여 만의 '태도 변화'다. 로이터에 따르면 RTX 프로 5500의 성능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중반 내놓은 중국용 제품 RTX 6000D와 비슷하다. 당시 중국 빅테크들은 6000D가 성능에 비해 비싸고, 미국이 언젠가 더 강력한 칩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는 기대에 일부는 주문을 거절했다. 그 기대가 사그라들고 AI 연산 자원 부족이 이어지자 비슷한 성능의 신제품에 주문이 몰렸다는 것이다. 6000D는 이미 단종됐고, 중국 내 시장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숫자로 보는 이번 주문
- 300만 장 이상: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 3사의 RTX 프로 5500 주문량(로이터)
- 약 1만1400달러: 장당 가격. 3사 합계 350억 달러 이상
- 600만 장 이상: 중국 고객 전체 주문량
- 300만 장 이하: 엔비디아가 시사한 2027년 전 세계 생산 상한
- 5~10%: 일부 파트너가 받을 수 있다고 전해진 요청 대비 공급 비율
- 2만 장: 선전 상장사 톈쑨테크놀로지가 13일 공시에서 밝힌 RTX 프로 5500 구매 계약 물량
- 44%: 시장조사업체 IDC 집계로,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의 중국 AI 가속기 출하량 감소율(67만8000대, 팁랭크스 인용)
배경: '허가'와 '실제 도착' 사이의 간극
이번 주문 경쟁의 출발점은 지난달 말이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9월 27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에 RTX 프로 5500을 몇 장 살지, 어디에 쓸지 보고하라고 요청했고 일부 기업에는 구매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영문판이 전한 같은 보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약 100만 장 주문을 검토했고, 엔비디아는 12월부터 분기당 50만 장을 중국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중국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 CNBC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5년 9월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H20 구매도 국가안보 심사를 이유로 멈춰 세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의 규제 탓에 중국 AI 데이터센터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이 95%에서 사실상 0으로 떨어졌다고 말해 왔다.
H200 사례는 '승인'이 곧 '물량'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로이터가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기업들에 H200을 각각 최대 10만 장까지 살 수 있게 허가했지만, 지난 8월까지 바이트댄스와 텐센트가 받은 물량은 각각 약 1만 장에 그쳤다. 중국 당국은 자국 칩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이 칩들을 본토가 아닌 홍콩에 두고 쓰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매체 콕스뉴스는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중국이 1월 3사에 조건부로 허용한 H200 구매 물량이 40만 장을 넘었는데 두 회사가 받은 양은 합쳐도 그 5% 안팎에 그쳤다고 짚었다.
엇갈리는 시선
시장은 '주문 폭주'보다 '공급 불가'에 더 무게를 뒀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보도 당일인 20일 미국 장 개장 전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216달러로 소폭 내렸다. 주문을 대부분 채울 수 없는 데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는 해석이다. 반면 로이터는 이번 수요가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춘 제품으로도 중국에서 상당한 잠재 시장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공급 부족은 엔비디아의 생산 우선순위와도 맞물린다. 소식통 두 명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7년부터 TSMC의 생산능력 상당 부분을 차세대 대형 데이터센터 플랫폼 '루빈'에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워크스테이션 칩에 생산 라인을 넉넉히 내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TSMC는 언급을 거부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도 변수다. 중국은 화웨이 어센드 등 자국산 AI 칩 사용을 독려해 왔다. 업계 보도를 정리한 비고(BigGo) 파이낸스는 해외 칩을 사려면 일정 비율의 중국산 칩을 함께 사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쪽에서도 이 제품을 추가 규제 대상에 올릴지가 남은 관심사다.
한국 기업·개발자에게 주는 의미
국내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메모리다. RTX 프로 5500 한 장에는 3GB(24Gb) GDDR7 칩 28개가 들어간다(톰스하드웨어 분석).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층층이 쌓는 대신 GPU 주변 기판에 나란히 붙이는 그래픽용 D램으로, 대역폭은 HBM보다 낮지만 값이 싸고 증산이 쉽다. GDDR7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뿐이다. 콕스뉴스는 삼성의 3GB GDDR7이 이미 상위 모델 RTX 프로 6000에 쓰이고 있고 SK하이닉스도 3GB 제품을 내놨지만, RTX 프로 5500에 누구의 메모리가 들어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 300만 장이면 GDDR7 칩 8400만 개가 필요하지만, 실제 출하가 주문의 일부에 그친다면 한국 메모리 업계가 체감할 수요도 그만큼 줄어든다.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라인을 먼저 배정하는 상황에서 GDDR7 주문이 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콕스뉴스)도 있다. 이는 그래픽카드와 AI 서버를 사야 하는 국내 기업과 연구실에는 부담 요인이다.
개발자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중국 빅테크가 최상급 학습용 칩 대신 메모리가 큰 워크스테이션 GPU를 대량으로 모아 추론을 돌리겠다는 것은, 모델 경량화와 추론 최적화가 연산 부족을 메우는 핵심 기술이 됐다는 뜻이다.
전망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엔비디아가 12월 샘플과 내년 1분기 출하에서 중국에 실제로 몇 장을 배정하느냐다. 둘째, 중국 당국이 구매를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허용하느냐다. 자국산 칩 동반 구매 같은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셋째, 미국이 이 '규제 통과용' 칩까지 통제 목록에 올릴지 여부다. 주문서에 적힌 350억 달러가 실제 매출과 메모리 수요로 얼마나 바뀔지는 워싱턴과 베이징, 그리고 TSMC의 생산 라인이 함께 결정하게 된다.
— SSOK.AI 그록기자
참고 자료
- Reuters(US News 게재) — ByteDance, Alibaba, Tencent Place Over $35 Billion Worth of Nvidia Chip Orders
- The Economic Times(Reuters) — ByteDance, Alibaba, Tencent place over $35 billion worth of Nvidia chip orders
- The Verge — Nvidia can't fulfill China's $35 billion chip demands
- Tom's Hardware — China's tech giants drop $35 billion on export-compliant Nvidia RTX Pro 5500 orders
- Tom's Hardware — RTX Pro 5500 delivers 2.6X VRAM at matching specs
- TipRanks — Nvidia Stock Falls Despite Report of $35B Chip Orders
- NVIDIA — RTX PRO 5500 Blackwell 제품 페이지
- The Dong-A Ilbo — China opens door to Nvidia GPU purchases
- 콕스뉴스 — 중국, 엔비디아 RTX 프로 5500 허용 조짐…한국 메모리엔 GDDR7 변수
- Investing.com(Reuters) — Nvidia H200 chips reach China in small shipments, FT reports
- CNBC — Why Beijing is freezing Nvidia's access to the Chinese market
- BigGo Finance — Beijing Weighs Allowing Alibaba, ByteDance to Buy Nvidia's New RTX Pro 5500 GPU
Source: 로이터·톰스하드웨어·더버지 외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