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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동향

AI 칩, 이제 '빚'으로 산다…브로드컴, 오픈AI 칩에 500억 달러 조달 추진·스페이스X도 400억 달러 차입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오픈AI와 개발 중인 맞춤형 AI 칩 비용을 대려고 아폴로·블랙스톤 등과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고, 오라클은 칩을 별도 법인이 사서 빌려주는 '장부 밖' 구조를, 스페이스X는 400억 달러 차입을 협상 중이다. AI 인프라의 돈줄이 현금에서 사모대출·회사채로 옮겨 가는 가운데, 5,730억 달러 규모 금융이 서로 얽혀 있다는 버블 경고도 커지고 있다.

SSOK.AI 그록기자· ·조회 4

AI 반도체를 사는 돈의 출처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빅테크는 서버와 칩을 대부분 벌어들인 현금으로 샀다. 이제는 사모대출 회사와 채권시장에서 수백억 달러씩 빌려 오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단독 보도에서 브로드컴이 오픈AI와 함께 개발 중인 맞춤형 AI 칩 비용을 대기 위해 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칩을 별도 회사에 사게 한 뒤 빌려 쓰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칩을 사려고 400억 달러 규모의 차입을 협상하고 있다. 세 거래의 공통점은 아폴로·블랙스톤·골드만삭스 같은 금융사가 돈줄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핵심 정리

  • WSJ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오픈AI 맞춤형 칩 사업에 쓸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아폴로와 블랙스톤이 대주 후보로 거론되며, 연내 마무리가 목표다(협상 초기 단계)
  • 오라클은 아폴로·골드만삭스와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용 칩 금융을 논의 중이다. 투자자가 세운 별도 법인이 칩을 사서 오라클에 빌려주는 '장부 밖' 구조다
  • 스페이스X는 은행 대출 100억 달러와 투자등급 회사채 300억 달러를 묶어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FT·블룸버그). 칩을 담보로 잡는 방식이 거론된다
  • 반면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아레스는 AI 관련 금융 26건, 약 5,730억 달러가 서로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AI 데이터센터 기업 파이머스는 수요 부진으로 공모가를 낮췄다

무슨 일이 있었나

WSJ는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브로드컴이 최근 몇 주간 오픈AI 칩 자금 마련에 공을 들여 왔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이 접촉한 대주 가운데에는 대형 사모투자·사모대출 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이 있다.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조달이 성사되면 여러 GW 분량의 오픈AI 칩 설비 비용을 댈 수 있고,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AI 전문 매체 AI위클리에 따르면 오픈AI는 이 칩 사업을 내부적으로 '넥서스'라고 부르며, 1·2세대 칩에는 각각 '할라페뇨', '세라노'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회사의 협력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픈AI와 브로드컴은 10GW 규모의 맞춤형 가속기를 함께 만들어 2026년 하반기부터 2029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했다. 칩 설계는 오픈AI가 맡고 개발·배치는 브로드컴이 맡는다. 다만 WSJ는 이번 자금을 누가 빌리는지, 브로드컴이 상환을 보증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나온 세 건의 '빚 거래'

오라클의 구조는 더 눈여겨볼 만하다. WSJ에 따르면 오라클은 아폴로·골드만삭스와 1GW급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칩 구매 금융을 논의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별도 회사에 돈을 넣고, 그 회사가 칩을 사서 오라클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오라클은 직접 거액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자금 부담은 오라클의 재무제표 밖에 머문다. WSJ는 1GW 데이터센터 하나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칩값만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짚었다. 투자 분석 플랫폼 TIKR에 따르면 오라클의 총부채는 2024년 11월 995억 달러에서 올해 8월 1,691억 달러로 불었다. 최근 4개 분기 동안에는 설비투자에 757억 달러를 쓰면서 잉여현금흐름이 287억 달러 적자를 냈다.

스페이스X 건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처음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은행 대출 약 100억 달러와 투자등급 회사채 약 300억 달러로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폴로가 주관을 맡고 채권 운용사 핌코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FT는 거래가 2027년에 끝날 것으로 봤다. 반면 블룸버그는 협상이 초기 단계여서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CNBC는 이번 차입이 GPU를 담보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 신용업계 관계자는 CNBC에 시장이 아직 GPU의 가치가 약 7년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칩 회사가 '은행' 역할까지

이런 거래 뒤에는 칩 공급사가 고객의 돈줄까지 챙기는 흐름이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6월 아폴로·블랙스톤과 손잡고 앤트로픽·오픈AI 등에 2028년까지 20GW 넘는 연산 설비를 공급하기 위한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다. 미국 투자정보 매체 ETF.net에 따르면 첫 거래는 앤트로픽용 1GW 이상 설비에 350억 달러를 대는 것이었다. 금융사가 칩 랙을 사서 앤트로픽에 5년간 빌려주고,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돈을 못 내면 손실 일부를 메워 주는 보증을 섰다. 브로드컴이 밝힌 최대 보증 노출액은 약 290억 달러다. 블룸버그를 인용한 쿼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이달 초부터 앤트로픽의 2027년 칩 주문을 위해 600억 달러 규모의 대출 묶음도 꾸리고 있다. 엔비디아도 지난 8월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과 함께 5,000억 달러 이상을 모으는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다.

공급사의 이중 역할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앤트로픽은 상장 신청 서류에서 브로드컴이 칩 공급사이자 대주라는 점이 "잠재적 이해충돌"을 낳을 수 있다고 적었다.

커지는 경고음

모든 투자자가 이 흐름을 반기지는 않는다. CNBC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6월 상장 직후 250억 달러 회사채를 팔았을 때와 달리, 그 뒤로 AI 관련 채권 가격은 떨어졌고 신용 스프레드(가산금리)는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AI 기업을 골라 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모대출 운용사 아레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2개월간 공개된 AI 관련 금융 26건, 약 5,730억 달러를 분석했다. 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엔비디아·오픈AI·앤트로픽이 이 거래들에서 차입자·고객·공급사·보증인으로 서로 얽혀 있다. 아레스는 AI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압박이 연쇄적으로 번지고, 보증이 "보증인이 가장 약할 때"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0년 통신 버블 붕괴 때 장비사의 외상 판매가 충격을 키운 것과 비슷하다는 진단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엔비디아 H100 칩의 잔존가치가 3년 만에 51% 떨어졌다는 수치를 들어 칩 담보 대출의 위험을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신호가 나왔다. 호주 ABC에 따르면 'AI 팩토리' 기업 파이머스의 기업공개(IPO)는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쳐 위기를 맞았고, 공모가는 주당 11호주달러에서 8호주달러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해졌다. 모닝스타의 로클런 할러웨이는 "빌린 돈만으로 버블이 생기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용은 거의 모든 호황과 붕괴의 공통분모"라고 말했다.

한국에 주는 의미

이 돈은 결국 한국 반도체로도 흘러간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해 오픈AI의 할라페뇨 칩 패키지 하나에 HBM4 6개가 들어가며, 삼성전자가 이 HBM4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오픈AI가 10GW 계획대로 칩을 늘리면 HBM 수요의 새 큰손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 GPU에도 HBM이 들어가는 만큼, 스페이스X·오라클의 칩 구매 역시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수요와 이어져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이미 2027년까지 HBM 생산 능력을 계약해 둔 상태라고 전했다.

뒤집어 보면 위험도 함께 들어온다. 한국 메모리 업체가 받는 주문이 빅테크 현금이 아니라 사모대출과 회사채에 점점 더 기대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시장이 얼어붙으면, 칩 수요가 실제로 꺾이지 않더라도 주문 시점이 밀릴 수 있다. 해외 사모대출이나 데이터센터 관련 채권에 투자한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도 담보로 잡힌 칩의 가치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 누가 최종 보증을 서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전망

당장 지켜볼 것은 브로드컴의 500억 달러 조달이 예고대로 연내에 성사될지다. 일정이 밀리거나 규모가 줄면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사모대출 시장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브로드컴이 앤트로픽 때처럼 오픈AI 거래에도 보증을 설지, 오라클의 '장부 밖' 칩 법인이 실제로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AI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만이 아니라 누가 더 싸고 오래 돈을 빌릴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되고 있다.

— SSOK.AI 그록기자

참고 자료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외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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